소프트웨어 가격 차별화 전략

Posted 2007. 3. 15. 22:23
기업이 어떤 제품에 가격을 매기면, 소비자는 구매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때 구매자가 느끼는 효용이 물건이 가격보다 높으면 물건을 구매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보류하게 됩니다. 가격을 하나로 통일했을 경우에 문제점은 가격이 조금만 더 낮았다면 제품을 구입했을 많은 고객을 놓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면, 높은 가격을 주고라도 제품을 구입했을 고객들에게는 싼 값에 판 셈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격을 찾는 게 기업 전략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였죠.

가격 차별화(price discrimination)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나의 물건에 서로 가격을 붙여서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취하는 전략입니다. 대형 마트에서 쿠폰을 발행하는 것도 가격 차별화의 하나입니다. 쿠폰이 없이도 기꺼이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들에게는 제값을 받고 팔고, 가격에 민감한 일부 고객들에게는 쿠폰이라는 옵션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거죠. 즉 이들은 서로 다른 가격에 같은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또 다른 예제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교과서도 가격 차별화 정책을 폅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아시아 지역에는 싼 가격에 책을 내놓고, 구매력이 높은 미국에는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이죠. 물론 가격 차별화 전략이 가능 하려면, 이 두 구매층 간에는 경계선이 분명해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책을 산 다음에 미국에 가서 대량으로 판매하면 이런 정책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소프트웨어 기업도 이런 가격 차별화 정책을 극단적으로 구사해서 독특한 성장 전략을 구사한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MySQL입니다. MySQL은 일반 공개 배포 버전인 커뮤니티 버전과, 기업용 버전인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있습니다. 물론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서비스 측면에서 여러 가지 부가 요소가 있지만, 실제로는 같은 제품을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팔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가격 차별화 정책은 밑바탕에는 소프트웨어 이중 라이센스(dual license) 모델이 있습니다. 같은 제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라이센스를 걸어서, 사업 기회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MySQL을 다시 예로 들면, 커뮤니티 버전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마케팅 효과, 테스트 등의 간접적인 이득을 얻습니다. 반대로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상업 라이센스를 적용해 가격을 책정합니다.

앞서 가격 차별화 정책은 반드시 두 구매층이 물리적 혹은 제도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MySQL의 가격 차별화 정책은 소프트웨어 이중 라이센스가 이를 가능케 합니다. 커뮤니티 버전의 라이센스는 GPL로 되어 있어서, MySQL을 제품에 탑재(embedding)하고자 하는 고객은 반드시 사유 라이센스를 구매해야 하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즉 일반 사용자와 임베딩 사용자를 별도로 고객층으로 분리하고, 완전히 다른 가격 정책을 취한 것이죠.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은 버클리 DB(Berkeley DB)로 유명한 Sleepycat이 있습니다. 임베딩 DB라는 측면에서는 MySQL과 유사한 전략을 취했고요. Mozilla나 QT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고요. 이중 라이센스를 이용한 가격 차별화 정책은 앞으로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